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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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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영

L

발할라

모르페우스의 꿈

빅 크런치

코스모고니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아내의 몸은 죽었지만 영혼은 살아 있다. 아내와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 아내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메마른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창문 너머로 아내의 뇌가 보존액 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보며 남자는 환희에 젖었다. 머잖아 자신도 아르카디아로 들어가 아내와 다시 만나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재회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리라 믿었다.

p.13

“그게 뭐가 좋아요? 안락사라니.”

“꼬인 현실 속에서의 고통을 석 달간 더 겪으시든가, 아니면 제가 설명한 방법을 택하시든가, 그건 가족분들이 선택하실 몫입니다.”

“그게 진짜도 아니고 그런 가짜로 엄마를 속이겠다고…….”

“진짜 고통이 좋은지, 아니면 가짜 행복이 좋은지, 이 역시 제가 선택해드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부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p.39~40

“결국 모두 사실이 아닌 가짜인데, 그런 것들로 한 아이의 꿈을 맘대로 만들어도 되나요?”

“아파서 죽은 친구가 없고, 아버지가 사람들을 무상으로 치료한 적은 없지만, 재호가 느낄 안타까움, 죄책감이나 자랑스러움을 가짜라고 단정할 수는 없죠. 어떤 현상이 실존하지 않더라도, 실존하는 것을 체험했을 때와 동일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 감정을 가짜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p.108

“다른 방법이 없는 게 아닌데 왜 꼭 그런 방법을…….”

“마음의 시간이 촉박해서죠. 뭐 이런 표현은 임형식 씨를 좀 편드는 표현이고, 그냥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돈이 있는 사람들은 기다리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오래 기다리고, 멀리 가야 하고, 그런 건 언제나 가난한 자들의 몫입니다. 임형식 씨는 가진 자의 방법을 택하려던 것뿐입니다.”

p.154~155

“아르카디아의 하늘에는 때때로 디지털 구름과 새 떼가 지나갑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구름은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변형할 수도 있죠. 이곳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갈라져 있지 않습니다. 바다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가 유영합니다. 아르카디아의 주민들은 때때로 물고기 아바타로 변신해 바다를 헤엄치기도 하고, 고래가 되어 심해를 탐험하기도 해요. 바닷속 경관은 마치 해저의 아트 갤러리 같아서, 웅장한 산호초와 신비로운 해파리 무리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p.238